가수 양양의 첫 에세이,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즐겁게 살고자 하는데 주변에서는 진짜 걱정되어 하는 말인지 어쩐지 알길은 없지만 꼭 한마디씩 한다. 그렇게 살아서 괜찮냐고.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지 않냐고. 그럴때마다 난 제법 그럴듯한-내 생각에는-말들로 안심시키곤 했던 것 같다. 때때로는 스스로 무너져 나 정말 괜찮을까? 자문하며 밤잠을 설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또 나같은 사람들을 만나면 된다. 책속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노래에서. 가수 양양도 노래 '이 정도'를 통해 알게되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에세이 출간은 그래서 참 반가웠고 책이 내 품에 안기기 전 며칠은 많이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품에 안고보니 너무 낯설었다. 그녀 스스로 타인들의 기준과는 상관없다지만 내게는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이 있고 포털에 검색하면 인물정보가 뜨고 이젠 메이저 출판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에세이까지 출간했으니 더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런 내맘과는 상관없이 책 제목은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란다. 비슷한. 하기사 비슷한게 '똑같다'와는 하늘과 땅차이니까. 괜스레 혼자 서운해하면서도 페이지를 넘겼다.

 

나에게 이런 불면의 밤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벌레 때문에 뒤척이다가 잠을 포기한 밤 빼고. 사랑 대문에, 이별 때문에 울고 웃던 밤 빼고, 이렇게 제대로인 불면은 처음이다.

-part 01 노래는 中에서-

 

일을 잠시 쉬는 동안 지독한 불면의 밤을 보냈었다. 덕분에 책도, 영화도, 음반도 맘껏 들을 수 있었지만 정말 자고 싶었던 몇몇 밤에는 그조차 맘에 들어오지 않아 왜 잠이 안올까에 대한 의문으로 밤을 보내던 때. 돌이켜보면 그렇게 괴로울 법한 밤 나도 양양처럼 은근히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즐거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 새벽4시 경의 파란밤을 만나는 기쁨을 아는 양양이 참 좋았다. 뭣보다 또다시 그런 즐거운 밤을 맞이할 수 있다면 시집을 한번 적어봐야겠다. 이렇게 좋은 방법을 그녀 혼자만 알고 있었던 것인가. 나만 몰랐던 것인가.

 

좋아하는 음약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그것들이 내 인생의 노래가 되기 위해서는 마법 같은 찰나가 필요한 법이거든요.

-part 02 기차는 떠나네 中에서-

 

파트2는 기차는 떠나네라는 여행이 주제인데 신기하게도 내가 남기고픈 꼭지는 또 노래에 관한 것이다. 명곡들이긴 하지만 저자가 꼽은 노래들은 내가 꼽은 내인생의 노래와 중복되는 곡이 하나도 없었다. 아, 이 노래도 좋지 정도일 뿐. 그래서 또 의외로 크게 감동받지 못했다. 그건 이 노래가 인생의 노래가 될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럴 것 같다. 명곡보다 자신의 추억속에 살아숨쉬는 노래, 그 노래가 인생의 노래가 될테지. 그러다 아, 이 멋진사람 양양! 할 때를 만난다. 출근할 때 혹은 아주 늦은 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꼭 화장하는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반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눈에 확 띄게 예뻐지는 모습을 보고 시샘하기도 하고 굳이 말하자면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지 못하고 좋지 않게 보았었는데 뜨끔했다. 저자의 눈에는 그것이 이렇게 보인단다.

 

 지하철에서 분을 바르는 여자를 바라본다.

분 냄새는 엄마 냄새라고만 생각했는데

분 냄새는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의 냄새라는 걸 이제야 알겠네.

 

-part 03 쳐다봐서 미안해요 中에서-

 

엄마냄새.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의 냄새. 내게서 분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이 글을 보고 알았다. 난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려는 여자의 특권을 잠시 잊고 살았나보다. 아직 30대 인데도 말이다. 씁쓸한 맘에 포장마차란 주제를 만나자 화색이 돈다. 소주는 못마시지만 나도 포장마차는 참 좋아한다. 그치만 역시나 자주는 커녕 포장마차에 안가본지 꽤 오래되었다. 두점박이 사슴벌레. 가면 저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내게도 욕은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그 '이모'님이 친근하게 느껴질까. 이름도 재미있는 포장마차 덕분에 한번 가보지도 않은 그곳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노래가 되지 못하고 글 한 줄이 되지는 못해도 작은 종이 쪼가리에다 '양파, 마늘, 엄마한테 전화하기' 번진 글시로 이렇게 적어두고 그제서야 손을 씻는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시인이 아닌가요.

 

-part 04 시인의 밤 中에서-

 

 

책 안에는 진짜 '비슷한 사람'이 마중나와 있다. 아이같은 어투에서 커피숍에 앉아 끄적거렸던 낙서와 흡사한 이야기도 있고 어머 이거 진짜 이건 내얘긴데 하는 글들도 있다. 양파, 파 그리고 마늘을 까야할 때면 어릴 때 눈물나서 싫고 손에서 냄새가 오래남아 있어 싫었다. 그때는 강제로 시킨것도 아닌데 그냥 싫었다. 서른이 넘고서야 엄마는 그 오랜세월 어찌 그 많은 양을 거의 매일같이 할 수 있었을까 신기하면서도 맘 한켠이 쓰렸다. 그 맘이 들고 난 후에는 부러 엄마가 식사준비를 할 때면 곁에서 도와드렸던 것 같다. 이런 나도 시인의 꼬랑지쯤은 되려나.

 

마지막 part 05 의 챕터 제목은 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다. 앞에서도 할머니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긴 했지만 아, 다시금 책이란 정말 인연이란 것이 있나보다 싶었다. 할머니를 부르며 엄마의 안부를 부탁하는 부분에서 결국…아! 양양씨 이럼 안된다구요! 책 읽다말고 울면서 기도했잖아요….

 

 할머니, 우리 엄마 착하고 그 여린 마음도 할머니에게서 온 것이라면, 할머니가 다시 엄마 좀 안아주세요. 할머니는 우리 엄마의 엄마니까, 우리 엄마가 "엄마….." 하면서 그 품에 얼굴 묻고 아이처럼 울 수 있게, 울면서 그 시린 마음 다 털어버릴 수 있게 엄마 좀 안아주세요.

-part 05 우린 참 비슷한 사람 中에서-

 

잠시동안의 질투를 잊고 2시간 동안 양양과의 공감속의 뒷표지에 적힌 추천글들이 생각나 다시 읽어보았다. 뮤지션 하림과 이상순의 말처럼 그녀의 이야기들이 노랫말이 되는 과정이 마치 옆에서 지켜본 것 처럼 연상된다. 혹 그녀가 쳐다봐서 미안하다던 사람 중에 내가 있진 않았을까, 그녀가 떠났던 여행길의 배경 어딘가에 내가 아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상상은 책 제목처럼 그리고 그녀의 앨범타이틀처럼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같다. 그래서 쓸쓸하지만 슬프지만은 않게되어 책을 읽고 난 뒤에 난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아 그녀에게 고맙다. 좋은 노래도 그리고 그 노래가 되었던 이야기가 담긴 이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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