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잡] 어느 세일즈맨의 기사회생으로 을의 설움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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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뉴욕,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생 컴퓨터 잡지 회사. 이곳에는 잘 나가는 세일즈맨 네드 앨런이 광고부 지국장을 맡고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광고를 따내야 하는 굴욕적인 을의 입장이지만 그는 자신의 탁월한 세일즈 능력을 믿는 편이다. 수년을 큰 문제 없이 지켜온 결혼 생활과 꽤 안정적인 직장은 그의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고, 그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본능에 가까운 관리를 한다. 하지만 그의 투철한 자기 관리의 바닥에는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고, 표지에서 직감할 수 있듯 그의 모든 것은 몇 가지 소신 있는 행동과 과도하게 인정 넘치는 실수로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그의 열등감은 연이어 폭발하고 만다.
 
 
중산층이라 할 만한 직장인의 삶에서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일상이 된 생활을 모두 잃어버린 앨런. 그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삶은 눈치챌 새도 없이 단계적으로 드라마틱한 스릴러로 치닫게 된다. 삶이 절실해진 실패한 세일즈맨 앨런은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르며 이때까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게 된다. 그가 명백하게 잘못했던 가정에서의 잘못은 절절한 반성으로, 그가 소신 있게 지켜온 정의에 대한 믿음은 합당한 보상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끝없이 내려간 그의 삶을 지켜보는 동안은 부당한 사회에 대한, 갑질을 퍼붓는 야비한 사람들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그가 시원하게 한 방 두 방 강펀치를 날릴 때엔 감격의 주먹을 함께 쥐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이런 데 있을 것이다. 을의 설움을 공감하고 속이 풀릴 정도로 대신 해소해주는 것. 그리고 대도시에서의 삶이 답은 아니라는 것. 아마 전자가 작가의 의도에 가까울 테지만, 아전인수 격으로 내가 받아들인 더 큰 매력은 후자에 있다. 앨런이 더 큰 위험에 빠지기 전 타 도시로의 이주를 선택했다면, 타 도시에서의 삶을 아내와 의논했다면 그는 밑바닥까지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그에게 닥친 위험이 엄청난 담력과 교훈을 주었을지언정, 일찍이 타 도시로 떠났다면 그의 행복은 더 쉽게 쟁취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평정을 찾았을 때 앨런은 이전과 같은 가치관으로 새롭게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에 해야 했을 선택을, 비로소 하지 않았을까. 물론, 내 꿈을 강제 이입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셈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니까. 셈은 야망의 연료이니까. (49쪽)
 
 
"앨런 씨에 비해 실력이 한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최소한 적은 없으니까요. 미안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238쪽)
 
 
누구나 인생을 세심하게 계획한다. 우리 모두는 블록을 쌓는 어린아이와 같다. 블록조각에 또 다른 조각을 조심조심 쌓아가는 어린아이들. 일, 집, 가족, 우리가 소비하는 온갖 잡동사니들. 우리는 블록을 높이 쌓아가며 오래도록 안정된 구조물이 되길 갈망한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있다면 '고정되고 안정되고 오래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대지진이나 대홍수가 일어나야만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 건물에 깔려 죽는 건 아니다. 그저 작은 균열 하나로도 건물이 붕괴되고, 사람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 (295쪽)
 
 
비즈니스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윤리적 태도라 할 수 있다. 이윤을 얻고자 하는 건 '훌륭한' 동기다. 이윤을 얻는 것에 양심이 더해지면 그 동기는 훌륭해진다. (336쪽)
 
 
커피를 앞에 두고 다른 사람과 함께 앉아 있을 때, 그 순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5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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