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의경의 우주콘서트> 직업의 선입견을 버리게 하는 튼실한 우주 교양서

  

이름도 생소하고 검색해도 출생 정보조차 나오지 않는 공영방송사의 아나운서라니. 저자인 태의경이 KBS 아나운서라기에 예전 사람이려니 했지만, 현재 KBS1에서 주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현역 아나운서였다. 책날개에 들어가 있는 사진으로는 우주복을 입고 있어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니 지금도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을 것 같은 비주얼. 생각보다 예쁘장한 외모를 지니고 있기까지 하다. 아나운서라는 꽤나 선망받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준 프로급은 되는 듯한 아마추어 천문학자이니 평범한 멘탈을 갖고 있진 않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책에서 본인 스스로도 심심찮게 인정하고 있기도 하고 행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 쩌는 자존감이.

사실 아나운서라는 번듯한 직업이 있으면서 학문적인 분야에 당당하게 설을 풀어낸다는 것은 시샘 받기에 딱 좋은 조건일 수 있다. 하지만 추천사에서도 드러나듯 책을 읽다보면 그 박학다식함과 우주에 대한 애정에 가까운 열정을 보며 그녀의 직업은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남성 혹은 여성이라거나 서울 시민 혹은 제주도민이라는 지적 수준과의 관계가 미미한 프로필 처럼, 그녀의 글에 별 다른 선입견을 갖지 않게 된다. 저작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본 직업을 따지자면 비슷한 경우로, 손미나 아나운서의 소설을 읽을 때에는 끝까지 그녀의 한계를 인식했다. 그에 반해 태의경의 책은 오히려 그녀의 아나운서 경력이 더 친절하고 대중적인 글을 쓰게 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겨우 들었다.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가 MBC <느낌표>에서 지정 도서로 꼽히며 주목 받았지만, 같은 시리즈에 있는 태의경의 <우주콘서트>는 상대적으로 관심 받지 못했다. 정재승 교수의 책만큼 일상에 영향을 줄만한 사례가 적기는 하지만, 이 책 또한 굉장히 교육적이고 친절하다. 물론 친근함이야 내가 평소 스페이스적 우주에 관심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상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은 생각을 달리하면 그렇지 않다. 철학의 형이상학이나 수학의 유클리드 기하학이 일상에서 회자되진 않아도 근본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듯,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도 우리 생활에 밀접해보이지는 않지만 기실 생존의 제1조건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우주를 생각할 때면 인간 존재의 미미함이 느껴져 일상의 문제들이 사소해지고,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우주콘서트>는 이미 오래된 책이니, 우주에 대한 국민도서라 할 만한 책이 계속 더 출간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실천도 어렵고 거리감 있는, 멘탈 치유를 강요하는 책들보다 훨씬 도움이 되므로.

허블은 모든 은하들이 우리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더욱이 더 멀리 있는 은하는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 즉 은하의 후퇴 속도와 거리는 정비례한다는 20세기 천문학 최고의 발견을 한 것이다. (34쪽)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엔트로피 증가라는 우주의 섭리를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칙이 현재까지는 잘 맞지만, 아주 먼 미래에 진짜로 우주가 수축하는 일이 생기면 모든 상황은 역전된다. 하기야 그때를 사는 사람은 엔트로피 감소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것도 없겠다. (45쪽)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같이 타오르는 삼나무는 생레미 시절에 그린 고흐의 그림의 특징이고 ㄷ한데, 생레미 시절 말기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을 보고 천문학자인 도널드 올슨과 러셀 도스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1890년 4월 19일에 실제로 초승달이 떴고, 그 근처에는 금성이 있었고, 지평선 부근에는 작은 수성이 빛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고흐가 그린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에 있는 천체들의 배열과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다는 얘긴데, 정말 흥미로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광기의 표출이라고 생각했던 고흐의 자극적인 밤 풍경들이 실은 그 나름의 방식대로 밤하늘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141~143쪽)

아폴로 우주선이 지구에서 달까지 날아가는 데 사흘 정도가 걸렸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는 대략 260일 정도가 소요된다. 지구와 화성은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 공전하기 때문에 두 천체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놓이는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두 행성의 공전 궤도를 계산해서 최단거리를 날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시간을 잘 맞춰 봐도 8개월은 훨씬 더 걸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식량이나 물 자원, 동력 등 준비할 것들도 따라서 많아질 수밖에 없다.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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